인생은 아름다워 솔직한 감상평

이번에 개봉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2020년 연말에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때문에 개봉이 밀리게 되면서 2년 만에 상영하게 된 영화입니다. 국내에서 제작한 뮤지컬 영화를 한 편도 본 적이 없었던 저로서는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작품을 기대하기도 했죠.

 

인생은 아름다워 음악은 좋았지만..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장점은 크게 2가지입니다. 먼저 춤과 노래가 견인하는 흥겨움인데요.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이기에 춤과 노래가 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인생은 아름다워'는 춤과 노래로 이루어진 장면들과 그렇지 않은 장면들 간의 질적인 갭이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인생은 아름다워' 속 이문세, 이승철, 이적 등의 유명 아티스트들을 경유한 명곡의 퍼레이드와 호쾌한 군무가 선사하는 활력은 정말 인상적이었죠. 반면에 클리셰가 덕지덕지 묻어있는 단순 서사의 대부분은 진부했습니다. 물론 영화에서 음악과 춤만큼은 꽤나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했지만 과연 이것이 오롯한 장점인가 싶기도 했죠.

 

인생은 아름다워 속 소리의 활용

인생은 아름다워

물론 '인생은 아름다워'는 음악 영화답게 인상적인 소리의 활용들이 있기는 합니다. 특히 초반부에서 선명히 드러나죠. 예를 들면, 과거 시점에서 조조할인을 부르며 세연이 진봉과의 연애 시절 감성을 추억하는 장면과 현재 시점에서 진봉이 짜증을 내는 장면을 병렬로 배치시켰습니다. 전자는 긍정이자 낭만화된 과거라면, 후자는 부정이자 강팍한 현실에 대한 비유로 볼 수 있겠죠.

 

이 논리의 연장선으로 보자면 세연과 진봉의 아들인 서진의 꿈이 음악이라는 설정 역시 영화가 음악을 긍장의 시그널로 보고 있다는 맥락과 계를 같이 한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인생은 아름다워 류승룡

인생은 아름다워

'인생은 아름다워' 속 류승룡의 연기는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좋았습니다. 노래와 춤이 나오지 않는 지루할 수 있는 장면들에서 특유의 유머러스한 연기로 리듬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작중 '강진봉'이라는 캐릭터는 악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내의 시한부 소식을 듣고 읇조리던 첫마디가 자녀의 수능 날짜와 겹친다는 이야기였고, 아픈 아내에게 아들 시험을 앞두고 미역국을 끓였다 타박한다거나 화장실 휴지를 채우라고 핍박하기도 합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아름다워' 속 강진봉이라는 인물이 크게 불편하거나 미워보이진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유는 오로지 류승룡의 연기력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영화가 한 인물을 극단적이고 일방적인 캐릭터를 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의 역량으로 그것을 돌파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즉, '인생은 아름다워'는 철저하게 음악과 류승룡의 덕을 보고 있는 영화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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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아름다워 세연의 이야기

인생은 아름다워

하지만 '인생의 아름다워'는 앞서 말한 여러 장점들이 무색해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개연성 없는 급격한 캐릭터 변화이죠. '인생은 아름다워'는 현재 세월의 풍파에 찌든 40대 중년이 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세연은 한평생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를 하며 집에서 하찮은 취급을 받고 있죠. 생일에도 축하받지 못하는 등 '나'라는 존재를 망실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인생은 아름다워' 속 이야기가 과거로 회귀하는 이유 역시 세연의 서사라는 맥락과 결부 지을 수 있습니다. 즉, 세연은 엄마이기 이전에 한 명의 여성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는 영화가 세연 주변의 남자들을 약화시키는 설정이 꽤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연의 아버지, 첫사랑은 사망했으며 남편인 진봉은 악역으로 나오기 때문에 세연이라는 인물이 더 부각될 수 있는 것이죠.

 

인생은 아름다워,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

인생은 아름다워

여기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가장 큰 단점이 드러납니다. 영화 내내 세연의 서사를 중심에 두던 영화가 세연의 사망 직후 불현듯 강진봉이라는 인물을 좋게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알고 보니 진봉은 의사 앞에서 절규했으며 아내를 위한 민간요법을 찾아봤고 무엇보다 세연의 버킷리스트를 달성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내용들을 빠르게 욱여넣죠.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 러닝타임 내내 악역인 줄 알았던 남편이 단 10분 만에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남편으로 변모한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급격한 캐릭터 변화 자체도 문제겠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세연 중심의 서사라는 영화의 주제와도 충돌하는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성 중심 서사를 위해 세연 주변의 남자들의 존재감을 축소시키던 영화가 갑자기 남편을 급부상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생은 아름다워'는 착한 대중 영화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인물을 따뜻하게 그려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엔 장점조차 덮어버리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보였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총평

결론적으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좋게 말하면 착한 영화, 나쁘게 말하면 진부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치명적인 단점 하나가 나머지 장점을 모두 덮어버린 아쉬운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