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오(6/45)라는 영화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저는 이 영화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언뜻 봐도 복권 당첨을 그리고 있는 영화에 군인들 이야기라니 관심을 가지기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상 이상의 선전을 보여주면서 '공동경비구역 JSA'의 코믹버전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죠.
육사오(6/45) 첫인상
처음 육사오(6/45)라는 영화의 포스터를 보았을 때 아무리 코미디 영화라고 해도 포스터를 저렇게 만드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옛날 '힘을 내요 미스터리'를 보는 것 같았죠. 아마 제목과 포스터를 바꾸었다면 아마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육사오(6/45)의 마케팅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영화판에서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영화 제목을 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습니다. 개봉을 앞두고 몇 번이나 제목을 바꾸다가 주제와는 무관한 제목이 되기도 하죠. 아마 육사오(6/45)의 경우도 쉽게 나온 제목은 아닐 것이라 예측할 수 있겠죠.
육사오(6/45) 예상외의 흥행
결과적으로 보면 육사오(6/45)라는 작품은 성공했습니다. 개봉한 지 시간이 꽤 지나긴 했지만, 어쨌든 170만 정도 되는 관객을 동원해 손익분기점을 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입소문 덕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육사오(6/45)의 저력은 확실하다고 보이네요. 뒤늦게 입소문이 나고 오랫동안 생존하여 버티는 영화들은 나름의 생명력을 갖추고 있는 법이죠.
육사오(6/45)가 자랑하는 질긴 생명력의 비결은 바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그리고 누구도 불편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점, 마지막으로 신파를 뺀 청정 영화라는 점입니다. 신파 없이 빠르게 진행하면서 누군가를 상처 입히지 않고 웃음을 자아내는 착한 영화라는 측면에서는 영화 '극한직업'과도 많이 닮아있죠.
육사오(6/45) 좋은 배우들
육사오(6/45)에서 다루는 소재는 바로 '군대'입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대부분 겪어봤을 군대의 이야기로 공감을 형성하죠. 뻔한 이야기임에도 시대를 잘 반영하고 순도 높은 웃음을 배치한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배우 고경표가 요즘 아주 멋진 필모그래피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고경표 특유의 연기도 아주 인상적이죠.
또한 육사오(6/45) 속 조연들, 음문석, 이희경 같은 배우들은 말 그대로 연기 잘하는 배우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 영화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은 아마 좋은 배우들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육사오(6/45) 편안한 웃음
육사오(6/45)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편안한 웃음'에 있습니다. 남북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늘 도마에 오르게 되는 사상, 신념의 문제라던지, 한국 코미디 영화에서 항상 나오는 신파 장면이 없다는 점이죠. 이렇게 쉽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최근 영화관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영화도 좋지만, 이렇게 온 가족이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영화도 좋은 법이죠.
육사오(6/45) 아쉬운 점
하지만 육사오(6/45)라는 영화를 전부 긍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바로 결말 처리가 문제였는데요. 물론 등장인물들이 지닌 돈을 향한 욕망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가치하고 헛된 것인지를 들어내는 정도의 기능은 수행하고 있는 엔딩이지만, 한편으로는 묘한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더 심한 판타지를 넣어서 엔딩까지도 한바탕 웃을 수 있게 만들었으면 어땠을 가하는 의문이 들었죠.
육사오(6/45) 속 북한의 모습
또한 육사오(6/45)가 북한을 다루는 방식에도 문제가 보였습니다. 영화에서 연희는 보위부 군사에게 성추행당할 위험에 처하죠. 이때 연희가 전통적인 북한의 수동적이고 희생당하는 여성상에서 벗어나 보위부 군사 김광철을 되려 폭행하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었지만, 무수히 많은 여성들이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을 북한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게 맞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물론 육사오(6/45)라는 영화가 코미디라는 것을 감안해 이 영화가 현실을 무시하고 있는 많은 장면들을 긍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북한을 다루는 방식에는 의문이 들었죠. 그런 의미에서도 작중 북한 병사들이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이라는 곡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이라던지, 북한 병사들이 남한의 사정을 너무 잘 알고 또 동경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장면 등이 좀 아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육사오(6/45)는 민망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문화적인 우월감, 경제적인 우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브레이브 걸스뿐만 아니라 우리 군대 PX의 상품들, 문화 같은 것들을 시혜적으로 베푸는 모습도 저는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죠. 우리가 북한을 얼마나 불쌍히 여기는지, 그리고 우리의 태도가 얼마나 교만해 보이는지를 고민해야만 했습니다.
육사오(6/45) 속 가학적인 장면
또한 육사오(6/45) 속 다소 가학적인 장면도 보기 불편했습니다. GOP에서 나가기 위해 멀쩡한 팔을 부러뜨리는 장면에 대해서 꼭 그렇게 했어야만 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GOP가 원래 왕래하기 어려운 곳이고, 정말 큰일이 아니라면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곳인 것은 알고 있지만, 그 방법이 팔을 부러뜨리는 것이라면 인상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죠.
육사오(6/45) 총평
결론적으로 육사오(6/45)는 좋은 코미디 영화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쉬운 지점이 너무나 많이 보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결말 처리와 디테일을 조금만 더 살렸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코미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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