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영우는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다가 갑자기 육지로 나온 고래로 비유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우영우에 관한 이야기에서 고래에 대한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극 중 고래에 담긴 숨은 의미와 제작진의 의도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고래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모비딕은 참 읽기 힘든 책 중 하나입니다. 고래에 생태에 대해 동물학 논문처럼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꼭 이렇게까지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고래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쏟아집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작품도 고래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뽐내고 있습니다. 영우가 좋아하는 고래는 영우와 참 많이 닮아있습니다. 그래서 고래에는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겨있죠. 물론 이 메시지는 제 개인적인 해석이므로 맞다 틀리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으니 참고하시길 바랄게요.
고래는 바다에서 가장 큰 생물이고 가장 넓은 이동 반경을 가진 동물입니다. 또한 고래는 바다에 살지만 엄연히 포유류에 속하죠. 어류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숨 쉬는 법부터 어류와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바닷속에서 알을 낳는 게 아니라 새끼를 낳는다는 것도 어류와는 다르죠. 즉 고래는 바닷속에서 특별한 소수입니다. 영우 또한 세상이라는 바닷속에서 소수에 속하죠.
하지만 바닷속에 사는 여러 생물들은 모양과 크기 식성 모든 것이 달라 서로를 배척하거나 나와 다르다고 해서 남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그저 조화롭게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살아갑니다. 또한 고래는 물개나 바다표범 같이 바다와 육지를 왔다 갔다 하지 않고 물에서만 살기 때문에 수중 생활에 가장 잘 적응한 포유류이죠. 깊은 바다에 살면서도 고래는 아가미로 호흡하는 대신 한 번씩 호흡을 하기 위해 수면 위로 높이 솟구칩니다.
하지만 해양생물들부터 사람들까지도 고래를 유별난 별종으로 취급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바다에 사는 포유류라고 여길 뿐이죠. 펭수 안에 있는 사람을 궁금해하는 대신 그냥 펭수는 펭수라고 받아들이는 것처럼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인 영우는 바로 육지에 나온 고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고래의 육지 생존기
육지에 사는 한바다 로펌의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영우를 받아들입니다. 장애인이 변호사를 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부정적 편견을 대놓고 드러낸 정명석은 영우의 능력을 단 1회 만에 인정하고 자신의 편견을 사과하죠. 우영우의 로스쿨 동기인 최수연은 어설픈 모습이 안쓰러워서 도와주다 보니 정작 영우가 1등을 하고 자신은 뒤쳐지는 상황을 겪었지만, 회전문을 통과 못하는 영우를 목격하고 결국 돕게 됩니다.
한편, 권민우는 영우를 장애인이기보다 내가 이겨먹어야 할 경쟁자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어쩌면 영우를 가장 편견 없이 냉혹하게 보는 사람이 권민우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준호는 세상이 온통 빙글빙글 도는 회전문 같은 영우에게 왈츠를 춘다고 생각해보라며 설명해주고 기다려주고 들어주었습니다.
여러 캐릭터를 통해 장애를 대하는 여러 형태를 보여줌으로써 뭐가 맞다고 방향성을 지정해주기보다는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해주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습니다. 바다에 살던 고래가 다시 육지에 나와 살기 위해서는 적응하는 과정을 기다려주고 함께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영우는 모두가 고래의 존재를 알고는 있지만 너무 넓고 깊은 바다에 살기 때문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이 더 많다고 했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무관심이 안긴 상처
고래는 꼭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우영우같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자폐아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진단명은 생소했습니다. 자폐인을 막연히 하나로 묶어 생각해왔던 것 같네요. 자폐니까 자폐를 갖고 있는 사람과 더 대화가 잘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 명석처럼요. 명석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닙니다.
다만 무관심했기 때문이죠. 살면서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사람과의 만남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그들을 마주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단절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종류의 고래가 있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영우가 고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은 암기력이 특히 뛰어난 천재이기도 하지만 고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죠.
자폐 스펙트럼의 다양성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 잘못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모르는 것을 대했을 때 그것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도 마치 알고 있는 듯이 행동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할 수 있죠. 장애를 가진 사람에겐 당연히 지불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장애를 가진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것은 봉사활동 중일 것이라는 생각 등 영우를 보는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과 이를 고스란히 마주하는 영우를 보며 불편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분명히 제 상황이었어도 크게 다르게 행동하진 않았을 것이니까요.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사람은 지능이 낮기 때문에 상처를 받지 않을 것이다라는 편견을 갖고 말을 조심하지 않는 사람들도 보여주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받습니다. 영우가 자신이 의뢰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변호사라는 생각 때문에 한바다를 그만두려 했던 것처럼요.
해류에 묵직한 몸을 맡긴 채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 밑으로는 보이지 않는 상처들이 머물러 있습니다. 오래 사는 고래의 몸에는 따개비가 붙어있죠. 따개비는 단순히 고래 몸에 붙은 것이 아니라 살짝 깊숙이 뿌리를 내려 고래와 함께 산다고 하죠. 붙어있던 따개비가 떨어지면 고래 몸에 평생 지워지지 않는 둥글고 흰 자국이 낙인처럼 찍히고 맙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결론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다고 해서 상처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는 이야기를 고래를 통해서 하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한바다의 대회의실에는 고래 액자가 있습니다. 크고 특별해서 아름다운 고래를 품어주는 바다처럼 한바다 또한 우영우를 다양한 모습으로 품어주고 있죠.
자신이 오늘 울산 앞바다에서 마주친 고래는 어제 마주친 고래와 다른 고래 일지 모르고, 내일 제주도에서 마주칠 고래 역시 오늘 마주친 고래와는 다를 수 있는 것입니다. 수많은 고래를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판단하기엔 종류와 수가 너무도 다양한데 인간은 어떻겠어요.
단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하나로 묶기엔 그들은 너무나도 다른 개별적인 개인입니다. 드라마 제목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지만 드라마가 끝날 때쯤엔 특별한 변호사 우영우라고 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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