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 러브 앤 썬더의 시사회 직후, 최근에 개봉했던 마블의 영화들이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러 우려들이 많았습니다. 저의 감상평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마블 영화로서 재미있냐는 물음에는 대답하기 어렵다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크게 2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토르의 4번째 솔로 영화라는 점과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이 있죠. 저는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영화라는 점에 조금 더 초점을 두고 영화를 봤는데 대부분의 관객 분들은 토르의 4번째 솔로 영화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관람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큰 호불호가 발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조금 더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토르 러브 앤 썬더, 부족한 캐릭터성
먼저 토르의 솔로 영화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작이었던 토르 라그나로크가 이전까지의 토르 솔로 무비와는 다른 분위기인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변화하게 되면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죠. 저부터도 라그나로크의 도입부가 상당히 인상 깊었는데 지금도 생각나면 가끔 찾아보기도 하는 그런 장면입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토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묠니르가 부서진다는 충격적인 사건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영화 초반부터 관객들을 집중하게 만드는 요소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토르 라그나로크는 상업적인 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낸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작품의 후속작인 '토르 러브 앤 썬더'에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 또한 그런 상업적인 면을 기대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토르의 매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죠. 토르가 인기를 끈 원인 중의 몇 가지는 라그나로크에서 느낀 영화의 매력, 인피니티 워에서 스톰 브레이커를 사용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러브 앤 썬더에서도 일부 비슷한 장면들이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쾌감이 적었다는 것은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토르를 좋아하는 분들은 스톰 브레이커를 통해서 혼자서 다수를 상대하는 흔히 말하는 무쌍을 기대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이 부분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죠.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이번 '토르 러브 앤 썬더'에서는 토르의 매력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무쌍이 아니라 일기토를 하는 모습이었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더불어 토르를 비롯한 다른 캐릭터들의 개성 부분에서도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발키리와 제인이 무언가 큰 활약을 보이는 모습도 적고, 극 중 캐릭터로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영화 전체적으로 개성이 약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최근 마블 영화들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과 비슷한 맥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토르 러브 앤 썬더가 평점이 낮은 이유
토르 러브 앤 썬더를 비롯한 마블 영화, 더 나아가 근래에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비슷하게 언급되는 것이 P.C(정치적 올바름) 주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것에 가장 앞서고 있는 것이 마블의 모회사인 디즈니이죠.
디즈니가 P.C주의를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마블도 그런 디즈니의 뜻을 무시하지 못할 겁니다. 무엇보다 P.C의 요소 중 하나인 동성애에 대한 표현에 대해서 거부하는 일부 국가들이 개봉을 금지하는 것을 감안하면서 P.C를 내세우는 것을 보면 그들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P.C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최근 마블 영화들이 사회적인 메시지를 내는 것에 조금 더 앞장서 있다는 느낌이 들고 있습니다.
토르 러브 앤 썬더 역시 P.C가 망친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P.C의 정도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마블이 굳이 없어도 이야기 전개 상 문제가 없는 부분에 P.C를 넣어서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어느 영화에나 감독, 제작자가 의도하는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저도 그런 영화를 좋아하죠. 사회적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블 영화가 그런 역할을 하느냐라고 질문한다면, 저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서 안에 좋은 메시지를 담는다면 아주 이상적인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고 양자택일의 상황이라면 우선 영화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마블 영화를 찾는 대다수의 관객들은 마블이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을 크게 기대하지 않을 겁니다. 그저 적정 선을 지키면서 영화나 재밌게 만들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다수일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블의 영화는 재미보다는 메시지가 앞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것이 메시지가 앞서기보다는 과거에 비해서 재미의 농도가 떨어져서 비교적 메시지의 농도가 짙게 느껴지는 것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즉, 메시지의 비중은 그대로이지만 영화의 흥미가 떨어져서 그렇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죠. 만약 마블의 영화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위한 영화이거나, 독립 예술 영화로 타깃을 잡은 것이라면 토르 러브 앤 썬더는 나름 재미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비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르 러브 앤 썬더, 타이카 와이티티의 발언
영화가 개봉하기 직전 감독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토르 러브 앤 썬더를 안 보면 독립영화를 싫어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해당 발언은 영화의 팬들에게는 다소 날카롭게 들릴 수 있는 발언이었죠.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다시 생각해보니 그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토르 러브 앤 썬더에는 독립영화의 감성이 상당히 짙게 배어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이 영화가 별로 재미없다면 독립영화를 안 좋아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과연 관객들의 호불호를 만드는 요소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감독의 전작인 토르 라그나로크와 조조 래빗을 상당히 재미있게 본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토르 러브 앤 썬더를 관람함에 있어서 토르의 솔로 영화라는 관점보다는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영화라는 것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보았습니다.
토르 러브 앤 썬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 영화는 코르그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형식으로 전개되는 액자식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화적인 느낌을 주기 위한 장치라고 볼 수 있는데, 보통 신화라고 하는 이야기들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 또는 교육의 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로 교훈적인 이야기를 담으려는 경우가 많죠.
그런 관점에서 제우스는 상당히 교육적이지 않은 신이기도 합니다. 이 여자, 저 여자 다 만나고 다니는 바람둥이의 최고 권력자로 표현되는데 어쩌면 현실 반영이 제대로 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여하튼 결과적으로 이야기를 신화라는 틀로 만들어낸 것은 교훈적인 이야기를 담았다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감독이 지금의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극 중에서는 한 사람이 가지는 큰 힘에 대한 경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서진 묠니르가 파편으로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모습이죠.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도 힘을 분산시킴으로써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심지아 고르가 복수심으로 불타는 계기 또한 그가 맹목적인 믿음을 보내던 신에 대해 실망하는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즉, 1명이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종합적으로 해석해보면, 신화에서 그려지는 신들은 대부분 큰 힘을 가진 권력자로 등장하는데 그것을 현대적인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소수가 힘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며 이것이 올바른 구조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품고 권력은 분산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에 고르의 명령을 따르는 다수의 그림자 망령들보다 토르의 힘을 나눠가진 아이들이 더 강력하게 그려지는 이유가 그런 것이겠죠.
과거 다수가 따르는 소수의 권력자보다는 현재의 힘을 나눠 가진 아이들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이야기인 것이죠.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구시대적 공산주의를 몰아내고 시민이 국가의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를 실현하자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으로 해석이 된다는 것입니다.
토르 러브 앤 썬더는 결국 독립영화인가?
결국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발언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자체가 독립영화처럼 메시지가 강하다 보니 만약 이것이 싫다면 독립영화를 싫어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감독의 이 발언이 담긴 인스타그램에 '와우! 정말 판타스틱해 보이는 독립영화로군요!'라는 댓글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유저의 말처럼 감독이 만든 것이 마블 영화인 줄 알았는데 마블이 투자해서 만든 독립영화였던 것일까요?
저는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하지만 저는 독립영화를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독립영화 스타일에 익숙한 사람 중 한 명일뿐이죠. 그렇기에 저는 감독이 런 발언을 한 취지 에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가 재미없었다면 독립영화를 좋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토르 러브 앤 썬더 결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든 간에 토르 러브 앤 썬더를 예매했던 관객들은 이 영화를 타이카 와이티티의 영화 메시지가 돋보이는 영화가 아닌 상업적인 재미를 보장하는 마블의 영화로 인지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거나 좋은 평가를 드리기는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는 목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토르 러브 앤 썬더를 바라본다면 이 영화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그런 영화라는 것이죠. 목적이라는 것은 관객들이 이 영화에 기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제작자가 무엇을 의도하였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관객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제작자의 실수인 것이죠.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상업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에게 다양성 영화의 문법을 통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문법에 익숙하신 분들에게는 무리 없이 소화가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이것이 답답함으로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이는 수준의 차이가 아닌 관심도의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를 이렇게까지 하면서 봐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만화책을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에게 수학의 정석을 가져다준 꼴이 된 것이죠. 범죄도시 2가 천만 관객을 기록한 것은 높은 완성도를 보이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아무런 걱정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관객들의 선택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마음 편하게 최소한의 퀄리티와 재미가 보장되어있어서 언제 보더라도 기본은 한던 과거의 마블 영화가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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