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시오페아'를 다루기 앞서 저는 이런 영화가 보고 싶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감상한 '카시오페아'는 너무나 만족스러웠죠.
카시오페아를 감상하고 싶었던 이유
우선 제가 영화 '카시오페아'를 감상하고 싶었던 이유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안성기 배우의 출연입니다. 52년생의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아직까지 상당히 많은 작품을 소화하고 있는 배우입니다. 제가 안성기 배우의 연기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튀지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라는 점이죠. 배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개성이 강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안성기 배우가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연기 스타일을 선호하기에 안성기 배우의 연기를 보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제가 믿고 보는 감독이었기 때문입니다. 저 나름대로는 영화를 연출한 신연식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죠. 특히 그가 각본을 썼던 '동주',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고 데뷔작인 '페어 러브', '배우는 배우다', '조류 인간' 등의 영화에서 기존 영화와는 다른 시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전체 적으로는 이야기를 만들고 대사를 쓰는 것의 장점이 있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이 영화의 소재입니다. 영화 '카시오페아'에서 다루는 알츠하이머라는 병은 이미 많은 영화에서 다뤄진 소재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카시오페아'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부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이기 때문이죠. 그것도 알츠하이머에 걸린 당사자가 아버지가 아니라 딸인 것이 더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많이 쓰인 듯하지만 조금은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는 이야기인데, 이야기는 영화의 내용을 생각해보면 더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카시오페아, 잔잔하게 깔려 있는 슬픔
영화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감상은 아마 서현진 배우의 연기력과 관련된 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몇몇 영화에 출연하긴 했지만, 영화에서 큰 두각을 보여주지 못한 배우였는데 이번 '카시오페아'를 통해서 서현진의 진면목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녀가 연기한 '수진'이라는 캐릭터는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로 살아가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인데 그런 과정을 상당히 리얼하게 연기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전반적으로 큰 슬픔을 주기보다는 잔잔한 슬픔을 깔고 가는 느낌이 강합니다. 어떤 큰 임팩트가 있는 영화가 아닌 잔잔한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영화인데 그러한 점이 저에게는 오히려 장점처럼 느껴졌죠.
자극적이지 않은 연출을 통해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을 잘 보여 주었고 덕분에 배우들의 연기도 선명하게 보여서 좋았습니다. 다만 영화를 보는 동안 중반부 이후 다소 힘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구간이 있었는데, 이 구간도 나름의 의도가 있었던 구간이라고 느껴집니다. 조금씩 예고가 되었음에도 후반부에 등장한 사건은 과연 이들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궁금하게 만드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카시오페아 속 감독의 메시지는?
개인적으로 영화라는 것은 하나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질문이라는 것 자체가 영화의 메시지 이기도 하고, 주제와도 연관되는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것을 토대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이야기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영화 '카시오페아'가 관객들에게 묻는 질문은 무엇일까라고 한다면 아마도 '딸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지 못한 남자에게 기회가 찾아온다면 그것은 행복일까?'일 것 같습니다.
극 중 해양 플랜트와 관련된 일을 했던 인우는 자신의 딸인 수진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진을 대하는 인우의 태도는 시종일관 무덤덤한 모습이죠. 호적상으로만 딸이지 두 사람의 관계에는 아빠와 딸의 관계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인우는 딸인 수진이 손녀인 진아에게 다소 과한 언행을 보이는 모습에도 잔소리하지 않는 모습이었죠. 아마 자신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과거 수진은 혼자서 컸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수진의 아빠인 인우가 일 때문에 집에 잘 없었기 때문에 힘든 일이 있더라도 혼자 견뎌내야 했습니다. 어쩌면 인우는 수진의 어린 시절을 돌보지 못했다는 빚을 가지고 있던 셈이죠. 그렇기에 수진은 타인 앞에서 울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눈물이 자신을 약해 보이게 만든다고 생각한 것이겠죠.
이런 상황에서 수진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으면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생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는 순간에도 인우는 큰 감정적인 동요가 없었죠. 그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여기서 앞서 이야기했던 이 영화가 묻고자 하는 질문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딸과 어린 시절을 함께하지 못한 인우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이죠. 알츠하이머에 걸린 수진이 시간이 갈수록 어린아이가 되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인우는 수진의 머리를 묶어주기도 하고, 목욕을 시켜주기도 하는 등의 양육의 과정이 재현되죠. 그런 그녀에게 비교적 덤덤한 태도를 유지하던 인우가 그녀에게 잔소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지점이 비로소 인우가 수진의 아빠가 되었다는 신호로 해석해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여기서 다시 한번 맨 처음 영화의 시작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딸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지 못한 남자에게 기회가 찾아온다면 과연 이것은 몸은 힘들지만 딸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에 대해 행복이라고 봐야 할지, 과거에 딸을 보살피지 못했던 것에 대한 빚을 이제야 갚고 있는 과정이라고 봐야 할 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감독의 인터뷰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빚을 지고 갚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죠.
카시오페아 결론
'카시오페아'를 보면서 정말 다양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에 몰입을 할 수 있도록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서현진, 안성기 두 배우와 그들이 뛰어난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판을 잘 깔아준 신연식 감독의 영화가 잘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다른 메시지가 하나 있다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 붙잡아줄 수 있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부분을 잘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영화 결말부에 수진을 붙잡는 장면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죠. 장면이 좀 의외이기도 했지만,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현식 감독은 카시오페아를 통해 누군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영향을 받고 살아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영화의 결말을 보며 이러한 메시지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고, 여러분들께 추천할 수 있는 그런 영화일 것 같습니다. 다만 영화 보기 전에 옆에 티슈 정도는 챙겨서 보셔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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