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놉'이 개봉했습니다. '놉'은 영화 '겟 아웃'과 '어스'를 연출했던 조던 필 감독의 신작이죠. 그의 영화들을 보다 보면 분명 영화 자체가 재미있긴 하지만 한편으로 다른 내용이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조금은 어렵게 느껴졌죠.
놉, 난해하지만 흥미롭다
'놉'은 일단 조던 필 감독 특성상 조금은 난해하게 보이기도 하고, 미국 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도 해서 한국 관객들이 100% 이해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더불어 SF 장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르도 아니지요. 영화 전체적으로 충분히 흥미는 있지만 100%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있어 약간의 찝찝함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놉'은 미스터리 공포 영화답게 서서히 조여 오는 긴장감 있는 연출들이 상당합니다. 특히나 마구간에서 처음으로 외계인이 등장하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죠. 시간을 들여서 서서히 등장하는 모습이 오히려 긴장으로 다가오는 순간들이었습니다.
놉,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
'놉'에서 등장하는 내용 중 최초의 영화라고 말하는 말 타는 흑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기서 말을 탄 흑인의 모습이 최초의 영상 기록물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이 모습은 완벽하게 주인공의 모습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극 중에서 그런 그의 모습을 기록하는 사람은 백인 남성입니다.
'놉' 속에서 이런 이야기와 더불어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사건은 바로 침팬지 '고디'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 내용은 미국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 한 것인데요. 과거 TV 쇼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진 침팬지가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결국 경찰에 의해서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영화에 등장한 내용과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내용만으로 생각해본다면 극 중 리키가 당시 현장에 있던 피해자였던 것이죠.
리키는 본인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사건임에도 비교적 덤덤하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입니다. 이유는 현재 본인도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놉'에서 등장하는 침팬지 '고디'는 사람들에게 구경거리, 볼거리로 쓰였습니다. 그랬던 고디가 리키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은 동양인이었던 리키가 자신이 비슷한 처지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일 것입니다. 그랬던 리키가 성인이 되어서는 다른 구경거리를 통해서 돈을 버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죠.
이와 더불어 리키의 공연 도중, 리키의 첫사랑이라며 소개되었던 이상한 얼굴의 여성은 과거 고디의 폭력에 의해 안면이식을 받았던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한 것입니다. 실제로 이 인물이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고 '놉'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언급된 것으로 보입니다.
놉, 인간의 불편한 특성
즉, '놉'에서는 과거의 구경거리였던 고디로 인해서 한 차례 사건을 겪었던 그들이 다른 무언가를 구경거리로 삼는다는 맥락으로 생각됩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촬영 감독인 백인 남성은 그들을 관찰하는 관찰자로서 흥미를 기록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놉'이라는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았을 때 사람들이 구경거리로 보는 주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주 먼 과거에는 흑인, 시간이 지나면서 동양인, 그리고 침팬지와 말, 마지막이 바로 UFO의 존재였던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UFO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도 그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놉'을 보면서 느껴진 점은 결국 '사람들은 무언가 구경거리를 찾게 되고 끝내 구경거리가 되는 것은 통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존재이다.'라는 이야기로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존재가 통제가 불가능하게 될 때 결국 죽음을 맞이 한다는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죠.
놉, 말과 침팬지
위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이 OJ가 처음으로 촬영장에 나간 장면으로 보입니다. OJ는 말 농장의 주인으로서 말을 다루는 것에 대한 주의사항을 이야기하고 있죠. 하지만 사람들은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말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OJ 뒤에 에메랄드가 등장해서 현란한 말솜씨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은 마치 광대와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과거로부터 내려온 일이라고 하죠.
이와 같은 장면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말을 다루는 흑인, 말과 흑인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구경거리로 전락해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에 등장한 장면은 OJ가 말과 눈을 맞추지 말고 말의 뒤로 가지 말라고 이야기하지만 다른 스태프들은 별로 주의를 안 기울이다가 결국 말에 뒷발에 의해 사고가 나서 말의 조형물로 대체가 됩니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분명 주의사항을 이야기했지만, 그에 따르지 않던 사람들이 자신들 마음대로 통제가 되지 않는다고 쫓아버리는 이 일련의 상황들이 이후에 등장하는 '고디' 사건과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디와 촬영 도중에 스태프들은 풍선을 가지고 왔죠. 하지만 풍선이라는 것이 터지게 되면 순간적인 큰소리 때문에 그들에게 자극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심해야 했지만, 전혀 그런 배려가 없었던 것이죠. 고디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결말은 결국 사람에 의해서 죽음을 맞이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을 UFO라는 존재에 대입을 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작중 인물들과 UFO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과들이 이전 인종차별 문제들과 연결 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놉 결론
'놉'을 보고 난 뒤 출구에서 마주한 영화의 포스터가 유독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습니다. '그것이 우리 위에 있다.' 그리고 포스터 속에서 위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흑인 여성, 동양인인 것은 영화의 의도를 반영한 결과물로 보입니다. 영화의 시놉시스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위에 있다. 거대하고 주목받길 원한다. 미쳤다. 나쁜 기적이라도 있는 것일까?'라는 문구가 있죠.
여기서 '놉'이 말하는 나쁜 기적이라는 것은 특별하게 잘못한 것도 없이 찾아오는 사고와 같은 불행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단순히 피부색이 달라서, 다른 성별이라서 누군가에게 구경거리가 되고 그들을 통제하려고만 한다면, 그것은 나쁜 기적이라고 부를 만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것을 겪었음에도 나보다 약한 존재를 구경거리로 이용하는 누군가는 그들과 같은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죠. '사람 위에 사람이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모두가 같이 살아가는 생명체로써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 공생이 필요하다는 것이 영화 '놉'이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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